이번 주 증시가 크게 흔들리면서 퇴직연금 계좌의 평가액이 줄었다는 기사가 경제면에 올랐다. 그런데 같은 급락장에서도 계좌가 거의 움직이지 않은 사람이 있고, 그 차이는 대개 본인이 고른 상품이 아니라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무엇으로 정해져 있었느냐에서 갈린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의 정식 이름은 「사전지정운용제도」다. 운용지시를 하지 않은 적립금을 미리 정해 둔 방법으로 굴리는 제도인데, 언제 켜지는지와 무엇으로 굴러가는지를 모르는 가입자가 많다. 이 글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조문과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자료로 그 두 가지를 확인한다. 수치는 글 작성 시점(2026-10-24)에 공개된 2025년 말 기준이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언제 내 돈에 적용되나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운용방법을 스스로 고르지 않은 상태가 일정 기간 이어질 때만 적용된다. 법 제21조의3이 그 기간을 두 단계로 정해 두었다 — 사업자가 먼저 통지하고, 통지 뒤 2주 안에 가입자가 고르지 않으면 그때부터 디폴트옵션으로 운용한다.
| 상황 (확정기여형 DC·개인형 IRP) | 사업자가 통지하는 때 | 디폴트옵션 운용이 시작되는 때 | 근거 |
|---|---|---|---|
| DC에 처음 가입하고 운용방법을 고르지 않음 | 가입했을 때 | 통지를 받고 2주가 지난 뒤 | 법 제21조의3 제3항 제1호·제4항 |
| 직접 고른 상품(정기예금 등)의 만기가 지나고 다시 고르지 않음 | 만기일부터 4주가 지났을 때 | 통지를 받고 2주가 지난 뒤 (만기일부터 약 6주) | 같은 조 제3항 제2호·제4항 |
| 이미 디폴트옵션으로 운용 중 | — | 가입자가 언제든 직접 다른 운용방법을 고를 수 있다 | 같은 조 제5항 |
| 사업자가 디폴트옵션 상품을 바꿈 | 변경 승인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 | 변경 승인 14일 뒤부터 새 상품으로 운용 가능 | 시행령 제13조의4 |
| 고용노동부가 그 상품의 승인을 취소 | 취소 사유·해지 방법을 통지 | 같은 위험등급의 다른 디폴트옵션으로 옮길 수 있고, 해지 수수료는 요구할 수 없다 | 시행령 제13조의6 |
가장 흔한 경로는 두 번째 줄이다. 정기예금이 만기된 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 돈은 4주 동안 대기성 자금으로 머물고, 통지 뒤 2주가 더 지나면 디폴트옵션으로 넘어간다. 이때 법은 가입자가 스스로 디폴트옵션을 고른 것으로 본다(제21조의3 제4항 후단). 운용 결과의 책임이 사업자가 아니라 가입자에게 있다는 뜻이다.
IRP도 같은 규칙을 따른다. 법 제24조 제4항이 이 조문들을 개인형퇴직연금제도에 준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가 규약에 넣는 DC와 달리 IRP는 가입자가 직접 디폴트옵션을 지정해 둔다. 연금저축·IRP 계좌 자체의 구조는 연금저축 IRP 차이, 세액공제보다 먼저 갈리는 조건에서 다뤘다.
네 가지 투자유형은 무엇이 다르고 2025년 결과는 어땠나
디폴트옵션 상품은 위험 수준에 따라 적극투자형·중립투자형·안정투자형·안정형 네 유형으로 나뉜다. 그중 안정형은 은행 정기예금과 보험사의 이율보증형 보험계약만으로 짜여 원리금이 보장되는 대신 기대수익이 낮다.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이 2026년 5월 낸 「2025년 퇴직연금 투자 백서」의 유형별 수치는 다음과 같다.
| 디폴트옵션 투자유형 (2025년 말 기준) | 연간 수익률 | 적립금 | 전체 중 비중 |
|---|---|---|---|
| 적극투자형 | 14.93% | 1.4조원 | 2.6% |
| 중립투자형 | 10.81% | 2.5조원 | 4.7% |
| 안정투자형 | 7.47% | 3.9조원 | 7.3% |
| 안정형 (예금·이율보증형만) | 2.63% | 45.5조원 | 85.4% |
| 전체 | 3.69% | 53.3조원 | — |
디폴트옵션 적립금의 85.4%가 안정형에 있다. 백서는 디폴트옵션 전체 수익률이 3.69%에 그친 이유를 이 쏠림으로 설명한다. 같은 해 퇴직연금 전체 수익률이 6.5%였으니, 디폴트옵션이 평균을 끌어내린 셈이다.
유형마다 숫자가 이렇게 갈린 것은 2025년이 주식시장이 크게 오른 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장이 내린 해에는 순서가 뒤집힐 수 있다. 한 해 수익률은 유형을 고르는 기준이 아니라 각 유형이 시장에 얼마나 반응하는지를 보여 주는 숫자로 읽는 편이 맞다.
급락장에서 디폴트옵션 계좌는 왜 사람마다 다르게 움직였나
같은 회사, 같은 퇴직연금 사업자에 있어도 디폴트옵션 유형이 다르면 급락장에서의 움직임이 정반대다. 안정형은 예금과 이율보증형 보험만 담고 있어 주가가 떨어져도 평가액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 적극투자형·중립투자형은 펀드로 구성돼 주가와 함께 오르내린다.

여기서 법이 정한 조건 하나가 차이를 만든다. 펀드형 유형만으로 디폴트옵션을 고를 때는 TDF(투자목표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 비중을 줄여 가는 펀드)나 BF(여러 자산에 나눠 담고 주기적으로 재조정하는 펀드)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법 제21조의3 제2항 단서). 개별 주식형 펀드 하나에 디폴트옵션을 몰아 두는 길은 처음부터 막혀 있다. 시행령 제13조는 승인 요건으로 자산 배분이 적절하고 투자전략이 단순할 것, 환매 신청일부터 14일 이내에 환매가 가능할 것도 요구한다.
- 디폴트옵션이 안정형이면 급락장의 평가손은 작지만, 오른 해의 수익도 정기예금 금리 수준에 머문다.
- 디폴트옵션이 펀드형이면 평가액이 시장과 함께 움직이고, 그 결과는 가입자가 고른 것으로 간주된다.
- 어느 쪽이든 디폴트옵션 운용 중에 가입자가 직접 운용방법을 새로 고르면 그때부터는 디폴트옵션이 아니다.
DB와 DC 가운데 어느 제도에 속하느냐에 따라 이 문제가 아예 없을 수도 있다. DB 가입자의 퇴직급여는 적립금 운용 결과와 무관하게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퇴직연금 DB DC 차이에서 계산 예시로 정리했다.
내 계좌에 걸린 디폴트옵션을 확인하는 순서
통지는 우편·서면·정보통신망 전송 가운데 하나로 오는데(시행령 제13조의2 제3항), 문자나 앱 알림으로 오면 놓치기 쉽다. 그래서 통지를 기다리지 말고 아래 순서로 직접 확인한다.
- 퇴직연금 사업자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내 계좌가 DB인지 DC인지, IRP가 따로 있는지부터 본다.
- DC·IRP 계좌의 운용 현황에서 「사전지정운용방법」 또는 「디폴트옵션」 항목에 어떤 상품이 지정돼 있는지 확인한다.
- 지정된 상품의 투자유형(적극투자형·중립투자형·안정투자형·안정형)과 위험등급을 본다. 시행령 제13조의2는 사업자가 위험등급·과거 수익률·수수료를 알리도록 정해 두었다.
- 지금 적립금 중 얼마가 대기성 자금이나 만기된 예금에 있는지 확인한다. 만기 뒤 4주와 통지 뒤 2주가 지나면 그 돈이 3번의 상품으로 넘어간다.
- 사업자별 디폴트옵션 수익률은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분기마다 공시된다. 같은 유형끼리 비교한다.
운용을 통째로 맡기는 다른 방식으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있다. 비용 구조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연 900만원 한도와 구조에 정리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서 먼저 볼 두 가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가입자를 위한 안전장치이지만, 무엇으로 굴러갈지는 결국 가입자가 정해 둔 것이다. 확인할 것은 둘이다.
- 내 디폴트옵션이 네 유형 중 무엇인지. 2025년 말 기준 적립금의 85.4%가 안정형에 있어, 많은 사람이 모르는 사이 정기예금 수준의 운용을 하고 있다.
- 만기된 예금이나 대기성 자금이 있는지. 만기일부터 4주, 통지 뒤 2주 — 이 6주를 넘기면 그 돈의 운용방법이 자동으로 정해진다.
유형을 바꾸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 다만 은퇴 시점이 가까울수록 시장 하락을 회복할 시간이 짧아지므로, 유형을 고를 때는 수익률보다 퇴직급여를 언제 꺼내 쓸지를 먼저 놓고 판단한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결과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디폴트옵션 상품의 구성과 수수료는 퇴직연금 사업자마다 다르므로 가입한 사업자의 안내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
-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1조·제21조의2~제21조의4·제24조 (2026-09-18 시행본, 2026-10-24 확인): https://www.law.go.kr/법령/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13조~제13조의6 (2026-03-24 시행본, 2026-10-24 확인): https://www.law.go.kr/법령/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시행령
-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 보도자료(2026-05-20, 첨부 PDF): https://www.moel.go.kr/news/enews/report/enewsView.do?news_seq=19411
- 금융위원회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안내: https://www.fsc.go.kr/po010106/77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