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큰돈이 오갈 때 가장 먼저 검색하는 말이 “차용증”이다. 오늘 한 경제 매체는 가족 간 차용증에서 중요한 것은 문서를 쓰는 일 자체가 아니라 작성한 뒤에 돈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라고 짚었다.
그런데 정작 “얼마까지 무이자로 빌려도 되나”라는 질문의 답으로 도는 숫자는 법전 어디에도 없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적혀 있는 숫자는 딱 둘이고, 흔히 인용되는 한도는 그 둘을 나눠서 나온 계산 결과다. 어떤 숫자가 법에 있고 어떤 숫자가 계산인지부터 나누면 갈리는 지점이 보인다.

법에 적힌 숫자는 둘뿐이다
근거 조문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4(금전 무상대출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다. 돈을 무상으로 빌리거나 적정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로 빌리면, 그 차액만큼을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다.
여기에 붙는 숫자가 둘이다.
| 숫자 | 값 | 근거 |
|---|---|---|
| 적정 이자율 | 연 4.6% | 상증세법 시행규칙 제10조의5 →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43조제2항의 당좌대출이자율(연간 1,000분의 46) |
| 기준금액 | 1천만원 |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의4제2항 |
계산은 단순하다. 빌린 금액 × 4.6%가 세법이 보는 “받았어야 할 이자”이고, 거기서 실제로 낸 이자를 뺀 차액이 그해의 증여재산가액이 된다. 다만 그 차액이 기준금액인 1천만원에 못 미치면 과세에서 빠진다.
조문에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제2항은 대출기간을 정하지 않았으면 그 기간을 1년으로 보고, 1년이 지나면 그다음 날에 새로 빌린 것으로 보아 매년 다시 계산하라고 정한다. 한 번 넘기면 끝나는 판단이 아니라 해마다 다시 세는 구조라는 뜻이다.
2억 1,739만원은 어디서 나온 숫자인가
위 두 숫자를 하나로 합치면 흔히 도는 한도가 나온다. 1천만원을 4.6%로 나눈 값, 곧 2억 1,739만원이다. 이 금액까지는 무이자로 빌려도 이자 상당액이 1천만원에 닿지 않는다.
| 빌린 금액 | 연 이자 상당액(4.6%) | 기준금액 1천만원 대비 |
|---|---|---|
| 1억원 | 460만원 | 미만 |
| 2억원 | 920만원 | 미만 |
| 2억 1,739만원 | 999만원대 | 경계 |
| 3억원 | 1,380만원 | 초과 |
| 5억원 | 2,300만원 | 초과 |
여기서 오해가 자주 생긴다. 기준금액을 넘었을 때 증여재산가액이 되는 것은 1천만원을 넘은 초과분이 아니라 이자 상당액 전체다. 3억원을 무이자로 빌렸다면 380만원이 아니라 1,380만원이 그해의 증여재산가액이 된다. 조문은 기준금액 미만인 경우를 과세에서 빼는 방식으로 쓰여 있기 때문이다.
이자를 조금이라도 주기로 했다면 그만큼은 빠진다. 3억원에 연 2%를 실제로 지급했다면 1,380만원에서 600만원을 뺀 780만원이 남아 1천만원에 못 미친다. 숫자를 읽는 순서가 총급여액과 종합소득금액이 공제 요건에서 갈리는 지점과 같다 — 어떤 값을 기준으로 재는지가 먼저다.
차용증이 있어도 갈리는 지점
조문 어디에도 “차용증을 쓰면 대출로 인정한다”는 문장은 없다. 법은 빌린 것인지 받은 것인지를 문서의 존재로 정하지 않고, 그 돈이 대출이었다는 사실 자체를 본다. 오늘 기사가 짚은 지점도 여기다.
그래서 세무 실무에서 반복해 지적되는 것은 작성 이후의 기록이다. 약정한 이자가 실제로 계좌로 나갔는지, 원금 상환이 약정대로 이뤄졌는지, 상환 자금의 출처가 빌린 사람 본인인지가 남는다. 공증을 받아도 그것이 증명하는 것은 그 날짜에 그 문서가 있었다는 사실이지 돈이 오간 방식이 아니다.
제41조의4 제2항이 매년 다시 계산하라고 정한 것도 같은 방향이다. 첫해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서 그 판단이 굳는 것이 아니라, 대출이 이어지는 동안 해마다 같은 계산이 반복된다.
빌린 것이 아니라 준 것이라면

애초에 돌려받을 생각이 없는 돈이라면 대출이 아니라 증여이고, 이때는 다른 조문이 적용된다. 증여재산공제(상증세법 제53조)는 관계에 따라 한도가 다르다.
| 준 사람 | 공제 한도 | 비고 |
|---|---|---|
| 배우자 | 6억원 | |
| 직계존속(부모·조부모) | 5천만원 | 받는 사람이 미성년자면 2천만원 |
| 직계비속(자녀·손자녀) | 5천만원 | |
| 그 밖의 친족 | 1천만원 |
이 한도는 한 번 쓰고 끝나는 값이 아니다. 같은 조문은 그 증여 전 10년 이내에 공제받은 금액을 합산해 한도를 넘는 부분은 공제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신고는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하고, 기한 안에 신고하면 산출세액의 3%를 신고세액공제로 뺀다(제68조, 제69조).
세율은 과세표준 1억원 이하 10%에서 시작해 30억원 초과 50%까지 다섯 단계다(제56조). 공제 한도만 보고 “여기까지는 세금이 없다”고 읽는 것과, 한도를 넘는 부분에 어느 구간의 세율이 붙는지를 함께 보는 것은 다르다. 세법의 숫자가 해마다 바뀔 수 있다는 점은 세법개정안이 국회에서 확정되기까지의 단계에서 다뤘다.
정리하면 — 가족 간 차용증에서 확인할 네 가지
수치는 2026년 9월 23일 기준 현행 조문을 따른다. 개별 사안의 판단은 세무 상담을 거쳐야 한다.
- 법에 있는 숫자와 계산된 숫자를 구분한다: 조문에 있는 것은 연 4.6%와 1천만원이고, 2억 1,739만원은 둘을 나눈 결과다.
- 넘었을 때 무엇이 과세되는지 본다: 초과분이 아니라 이자 상당액 전체가 그해 증여재산가액이 된다.
- 한 해로 끝나지 않는다: 기간을 정하지 않았으면 1년으로 보고, 대출이 이어지면 해마다 다시 계산한다.
- 문서보다 기록이 남는다: 이자 지급과 원금 상환이 계좌에 찍혔는지, 상환 자금이 어디서 왔는지가 대출인지 아닌지를 가른다.
빌려준 것으로 정리할지 준 것으로 정리할지는 금액보다 앞선 판단이다. 가족 간 차용증은 그 판단을 적어 두는 문서이지, 판단을 대신해 주는 문서가 아니다.
이 글은 세법 조문의 구조를 설명한 것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개별 사안의 세액과 적용 여부는 관할 세무서나 세무 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참고
- 국가법령정보센터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4(금전 무상대출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 https://www.law.go.kr/lsLawLinkInfo.do?lsJoLnkSeq=900412903&lsId=001561&chrClsCd=010202&print=print
- 국가법령정보센터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31조의4(기준금액 1천만원)와 적정 이자율 위임 규정 https://www.law.go.kr/lsLawLinkInfo.do?lsJoLnkSeq=900410895&chrClsCd=010202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법제처) — 증여 관련 세금(증여재산공제·10년 합산·신고기한·세율) https://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93&ccfNo=5&cciNo=3&cnpClsNo=1
- 다음 뉴스 경제 2026-09-23 — 가족 간 차용증,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작성 이후 돈의 흐름’ https://news.daum.net/economic